S STORY 

질병 그 너머를 보면서 치료할 때, 

환자의 미소가 보입니다 

열정으로 간염바이러스를 추적해온 간염 치료의 권위자, 안상훈 교수 

간에는 신경세포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우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아프지 않기 때문에 간의 절반이 손상되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B형간염과 C형간염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므로 법정전염병이며, 동시에 종양 바이러스라서 간세포의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두 질병을 쉽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B형간염은 간경변증이 안 생기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간암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기검진이 중요합니다.” 간염 관련해 90개 이상의 다기관 전향적 임상연구를 수행했고 540편 이상의 SCI(E) 논문을 발표한 안상훈 교수(소화기내과)의 조언이라 더 활짝 귀를 열 수밖에 없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안상훈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간염 환자들은 간암을 많이 걱정할 것 같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철한 명의’로 소문 난 교수님은 환자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시 나요? 

B형간염과 C형간염은 ‘간염바이러스’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특징만 요약한다면 B형간염은 예방 가능하지만 완치가 안 되고, C형간염은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완치가 됩니다. 간경변증과 간암의 60-70%가 B형간염에서, 10-15%가 C형간염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간암의 80-90%가 이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해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전공의 시절엔 병실에 간경변증으로 피를 토하거나 복수가 찬 환자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지금은 약제의 발전으로 그런 환자들은 보기 드뭅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그래서 생존율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는게 중요하고, 간 손상을 가져오는 원인을 잘 관리하고 차단해야 합니다. 저는 환자가 마음이 편하고 잘 나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셨는데, 환자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이 있으시다고요.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나의 아내를 지금 보낼 수는 없습니다.” 급성 A형간염으로 인한 간부전으로 의식 없는 아내를 보며 어떤 남편이 저에게 호소하며 한 말입니다. 환자는 30대 후반의 여성이었는 데, 2주 동안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있다가 마침내 잘 치료받고 완쾌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환자 치료에서 중요한 결정할 때면 늘 그 말을 떠올립니다. 실의에 빠진 환자와 보호자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를 보낼 때도 이 사연을 꼭 들려줍니다. 환자들의 사연은 모두 안타깝고 간절합니다. 평생 고생만 하다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아버지가 조금 더 오래 사시도록 도와달라고 매달리던 어떤 아들의 간절한 기도, 40대 중반에 결혼해 신혼 1년 차에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아 제발 완치되게 해달라고 부탁하던 어떤 아내의 눈물 젖은 편지 등…. 저는 그때마다 환자를 질병에 걸린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가족으로 바라보며 더 열심히 치료합니다. 그래서 진료 중 결정이 어려울 때면 “내가 환자라면…”이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집니다.


의사가 되겠다고 결정하신 계기가 있으시다고요. 간을 전공하신 내력도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는데, 2주쯤 지나서 결국은 의식을 잃고 뇌수 술을 받았습니다. 그때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회복된 후로 장래희망을 의사로 정했습니다. 저처럼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공부도 더 열심히 했지요. 또 어려서부터 잘 먹지도 못하고 자주 토했는데,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지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식도이완불능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그 병에 대한 치료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시절이라, 저는 꼭 의사가 되어 제 병을 치료하겠다고 마음먹었죠. 특히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인턴 시절엔 걱정이 많았습니다. 당시 제 질병을 알게 된 강남세브란스병원 박효진 교수님의 권유로 처음 시술을 받아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병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위장관 분야를 전공하려고 했는데, 담임반 지도교수셨던 문영명 교수님이 간 분야 전공을 권하셨습니다. 또 전공의 4년 차에 쓴 논문이 유수한 미국간학회지에 실리며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간 분야 전문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요 다기관 전향적 임상연구 90개 이상 수행, 다국적 제약회사 신약 개발 국제자문위원, 540여 편의 SCI(E) 논문 발표, 130회 이상 초청 해외연자 등 학술활동이 눈부십니다. 이렇게 의욕적으로 활동하신 이유가 있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수로서의 삶을 선택하면서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내 전공 분야 최고가 되어 세브란스병원을 1등 병원으로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기여 부분입니다. 의대생 시절부터 이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결정적으로 문영명 교수님과 대화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철없던 시절엔 개업의로 성공해 윤택한 삶을 누리면서 기부도 많이 하며 사는게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문 교수님이 더 많은 사람을 도우려면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일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훌륭한 연구 업적을 내거나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한다거나,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일조하거나, 정부기관에 들어가서 영향력 있는 정책을 입안한다면 사회적 기여가 훨씬 더 높다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되어 임상연구나 논문, 해외학회 활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칭찬과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 즐거움에 더 신나게 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20년 이상 바이러스성 간염 연구와 치료에 매진하셨습니다. 앞으로 어떤 과제가 남아 있으신가요?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B형간염과 C형간염을 박멸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국 제 바이러스간염 퇴치 운동본부(CEVHAP)와 아태간학회 최고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B형간염 신약 개발 다국적 임상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숨어 있는 환자들을 찾아내 그분들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의료적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적 활동 쪽으로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교수 초임 시절엔 질병 치료에 집중했습니다. 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치료 방식도 바뀌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고, 환자와 가족들의 상황이나 의견보다는 제 생각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질병이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지요. 환자의 질병만이 아니라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모두 고려해 마음까지 치료했을 때 비로소 환자와 보호자의 미소를 보게 되고 저 역시 마음이 좋았습니다.



명의의 특강

B형간염, C형간염

간암의 씨앗, 만성 간염! 적극적 관리로 위험 다스린다   

간염이 오래되면 간이 딱딱해지면서 재생능력을 잃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 쉽고,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손상된 간에서는 간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간경변증이나 간암 같은 치명적 간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글 안상훈 교수(소화기내과) 


간염이란 간세포가 손상을 입고 염증이 발생한 상태로 바이러스, 알코올, 약물,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그중 간염바이러스는 A, B, C, D, E형 바이러스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 B, C형이다. B형간염바이러스가 60-70%로 가장 많고, C형간 염바이러스는 15-20%를 차지한다. 


  • B형간염, 예방백신 있지만 완치 불가능

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 

B형간염바이러스(Hepatitis B Virus, HBV)는 주로 혈액이나 체액에 직접 노출되었을 때 감염됩니다.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인 산모가 출산 시 아기에게 전파되는 수직감염이 가장 대표적이며, 성관계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체액이나 혈액에 쉽게 노출되는 주사바늘이나 침, 의료용 치료기구 등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재사용할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또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가 사용 중인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은 혈액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함께 사용하면 감염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B형간염바이러스 감염자는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을 따로 쓰고,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의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은 반드시 B형간염바이러스 검사를 받도록 합니다. 

그러나 식사나 대화 등 일상생활을 함께하는 것으로는 B형 간염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으므로 특별한 격리나 주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 감염될수록 만성화 가능성 높아 

급성 B형간염에 걸리더라도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잠복기가 끝나면 열감, 두통, 온몸의 근육통과 피로감,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역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몸살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몸살감기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소변 색깔, 눈이나 피부 색깔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성인은 급성 B형간염에 걸렸을 경우 완치되지 못하고 만성 B형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5%에 불과합니다. 반면 어린 나이에는 면역체계가 약하기 때문에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출생 당시 모체로부터 수직감염되는 신생아들은 90% 이상 만성 간염으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 B형간염에 감염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 B형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B형간염과 C형간염은 일부 환자에서 만성화될 수 있으며,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간경변증이나 간암이 생겨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증상에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간 건강을 체크하고, 항바이러스제는 반드시 주치의의 처방대로 복용해야 한다.


B형간염바이러스, 간경변증 없이도 암 유발 가능  

만성 B형간염이 위험한 이유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60%, 간암 환자의 약 70%가 B형간염바이러스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B형간염바이러스는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도 암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B형간염은 혈액에서 B형간염바이러스의 표면항원과 항체를 검출해 진단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항원은 해당 바이러스, 항체는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면역단백질을 의미합니다. B형간염 표면항원(HBsAg)이 양성이면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의미이고, B형간염 표면항체(anti-HBs 또는 HBsAb)가 양성이라는 것은 과거 B형간염에 걸렸다 회복되었거나 예방접종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했다는 뜻입니다. 

B형간염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시행하고 전문의와 상담을 합니다. 바이러스 증식 상태, 간수치와 간기능, 간 손상 정도, 간질환 진행 정도 등에 따라 치료 시작 시기와 검사 주기가 달라집니다. 

B형간염 치료제는 크게 먹는 약과 주사제가 있습니다. 약제마다 각각의 효능과 부작용, 내성 발생 가능성 등이 다르므로 약 제의 특성은 물론 환자의 현재 상태, 이전 치료 경험과 부작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제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항바이러스 치료는 B형간염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할 뿐,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항바이러스제를 중단하면 바이러스가 다시 재활성화되면서 간기능이 악화될 수 있어서,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을 중단해선 절대 안 됩니다. 또 이미 손상된 간 부위에서 언제든 간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B형간염바이러스 보 유자는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 건강을 체크해야 합니다. 


최선의 예방법은 예방접종 

다행스럽게도 B형간염은 백신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B형간염바이러스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산모가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라면 출산 시 아기에게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출산 직후 신생아에게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함께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합니다. 1995년 이전 출생한 성인의 경우, B형간염바이러스 항원과 항체가 없다면 의사와 상담 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C형간염, 예방백신 없으나 완치 가능

환자 10명 중 7-8명은 만성으로 진행

우리나라의 C형간염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 감염률은 전체 인구의 1% 미만으로 B형간염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C형간염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할 확률이 70-80%로 높습니다. C형간염 또한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만성화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B형간염과 달리, C형간염은 한 번 감염되었다 치료한 뒤에도 위험요인에 다시 노출되면 재감염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C형 간염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따로 혈액검사를 받지 않는 한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2025년부 터는 매해 56세에 해당되는 사람은 국가건강검진 때 C형간염 항체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C형간염 조기 진단과 관리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면도기, 손톱깎이, 칫솔은 따로 쓰기 

C형간염의 주된 전염 통로는 혈액입니다. 이 사실이 1989년에야 알려졌기 때문에 1990년대 이전에는 수혈을 통해 C형간염에 감염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92년부터 수혈용 혈액은 C형간염 검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현재는 수혈을 통한 전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주사기나 침, 문신 시술, 피어싱, 손톱깎이, 면도기 등 C형간염 감염자의 혈액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은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 C형간염 집단 발병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다나의원 사태 역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감염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C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어서 스스로 위험인자를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면도기, 손톱깎이, 칫솔 등은 따로 사용하고, 문신이나 피어싱, 침술 등의 침습적 시술을 받을 때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위생적인 도구를 사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선의 예방법은 예방접종 

다행스럽게도 B형간염은 백신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B형간염바이러스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산모가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라면 출산 시 아기에게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출산 직후 신생아에게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함께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합니다. 1995년 이전 출생한 성인의 경우, B형간염바이러스 항원과 항체가 없다면 의사와 상담 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바이러스 완전 박멸 가능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C형간염도 바이러스 감염 이후 일정 기간 잠복해 있다가 증상이 시작됩니다. 급성 C형간염은 식욕 부진, 피로감, 오심, 구토, 오른쪽 갈비뼈 밑의 통증 등이 나 타날 수 있으나, 증상이 경미하거나 거의 없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인 경우에는 증상을 느끼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감염 사실을 모르는 채로 지내다가 검진이나 헌혈 때 우연히 C형간염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을 진단받으면서 수십 년 전에 이미 C형간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C형간염은 혈액검사로 HCV 항체 또는 HCV RNA를 확인해 진단합니다. B형간염의 경우 항체가 양성이면 몸 안에 면역력을 획득했다는 의미지만, C형간염은 항체가 양성이면 몸 안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이러스가 확인되면 추가 간기능 검사, 복부 초음파 또는 CT 등의 정밀검사를 시행합니다. 

희망적인 사실은 C형간염이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주사제인 인터페론과 먹는 약인 리바비린의 병용 투여가 표준치료법이었으나, 약제 부작용이 심해 치료 기간에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었습니다. 게다가 진행성 간경변 증환자에게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현재는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환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치료 기간이 2-3개월로 단축되었으며, 치료 성공률은 98%에 달합니다. 


안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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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