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리포트] 게임을 많이 하면 모두 중독일까? 청소년 게임이용장애의 신호와 예방
- 작성일 : 2026년 9월 29일
- 진료과 : 정신건강의학과
- 의료진 :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
게임은 청소년에게 중요한 여가활동이자 또래와 소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을 오래 하거나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게임중독’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 사용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지고, 학업이나 가족관계, 수면, 건강 등 일상생활에 뚜렷한 문제가 생기는데도 게임을 계속하는 경우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상태를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로 정의하고 국제질병분류(ICD-11)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1. 게임이용장애란 무엇일까?
게임이용장애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게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게임 행동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지고, 다른 관심사나 일상활동보다 게임을 우선하며, 문제가 생기는데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더 많이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게임으로 인해 개인·가족·사회·학업 또는 직업 기능에 뚜렷한 손상이 발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WHO 기준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일반적으로 12개월 이상 지속되는지를 함께 평가합니다.
2. 왜 청소년기에 더 주의해야 할까?
청소년기는 보상과 자극에 민감한 반면 충동을 조절하고 장기적인 결과를 판단하는 뇌 기능은 아직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때문에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게임에 몰입하기 쉽고 사용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인이 함께 있을 때 과도한 게임 사용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 주의력과 충동조절의 어려움
- 우울감이나 불안, 낮은 자존감
- 또래관계나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
- ADHD 등 동반 정신건강 문제
- 부모와 자녀 사이의 지속적인 갈등
- 게임과 디지털기기 사용에 대한 일관된 규칙 부족
다만 이러한 요인이 있다고 반드시 게임이용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며, 게임이용장애 역시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3.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게임이용장애는 어떻게 다를까?
게임을 취미로 즐기는 경우에는 게임시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필요할 때 스스로 조절하고, 학업이나 수면, 가족관계 등 중요한 일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 게임을 줄이거나 중단하려고 해도 번번이 실패함
- 게임을 하지 못하면 심한 짜증이나 불안, 우울감을 느낌
- 이전보다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해야 만족감을 느낌
- 게임 때문에 수면시간이 줄거나 식사와 운동 등 생활리듬이 무너짐
- 학업 성취가 떨어지거나 가족·친구와의 갈등이 심해짐
- 문제가 생긴 것을 알면서도 게임을 계속함
- 다른 취미나 관심활동보다 게임을 지나치게 우선함
중요한 것은 ‘하루 몇 시간 게임을 했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 때문에 실제 생활이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4. 게임이용장애는 어떻게 치료할까?
게임이용장애 치료에서는 게임 사용 자체뿐 아니라 게임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된 배경과 함께 나타나는 정신건강 문제를 같이 살펴야 합니다.
- 인지행동치료 : 게임과 관련된 사고방식과 행동습관을 살펴보고, 사용시간을 조절하며 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 동기강화치료 : 환자가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실제 행동 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 동반질환 치료 : ADHD,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 이를 치료하는 것이 게임 사용 조절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게임이용장애 자체에 대한 단일한 표준 약물이 정해져 있다기보다, 동반된 ADHD·우울·불안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려할 수 있습니다.
5. 예방의 핵심은 ‘게임 금지’보다 조절 능력 키우기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청소년에게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친구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문화의 일부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게임을 금지하거나 기기를 빼앗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부모 몰래 게임을 하거나 갈등이 심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게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 가족이 함께 게임과 디지털기기 사용 규칙을 정합니다.
- 잠을 자는 공간에서는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도록 합니다.
- 취침시간과 식사시간 등 기본적인 생활리듬을 우선합니다.
- 부모 역시 스마트폰과 디지털기기 사용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입니다.
- 게임만 제한하기보다 운동, 친구관계, 가족활동 등 다른 즐거운 활동을 함께 늘려줍니다.
6. 긍정적인 부모-자녀 관계가 중요한 이유
게임 사용 문제를 예방하고 조절하는 데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게임 사용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어떤 게임을 왜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충분한 관심과 관찰, 긍정적인 의사소통, 일관된 규칙과 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족이 함께 정한 규칙을 반복해서 지키기 어렵거나 게임 때문에 학업·수면·가족관계가 크게 무너진다면 단순한 의지 부족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ADHD, 우울증, 불안장애, 충동조절 문제 등이 함께 있는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평가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7. 전문의 한마디
청소년에게 게임은 중요한 여가활동이자 또래와 소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 아이가 게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지,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부모가 아이의 게임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명확한 규칙을 정하며 꾸준히 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게임 사용을 조절하기 어렵고 학업이나 수면,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면 동반된 정신건강 문제는 없는지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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