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에르병
Meniere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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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니에르병은 내이의 내림프액이 증가하면서 급성 어지럼증과 청력감소가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 메니에르병이란?
사람의 귀는 바깥쪽부터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되며, 내이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몸의 평형기능을 관장하는 전정기관이 있습니다.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의 내부는 내림프액이라는 액체가 채우고 있습니다. 내림프액은 적절한 분비와 흡수를 통해 그 양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모종의 이유로 내림프액이 많아져서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빵빵하게 부어오르고 이로 인해 급성 어지럼증과 청력감소가 나타나는 질환이 메니에르병입니다.
보통 10만 명당 45명에서 200명 정도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최근에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환자들이 발견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어지럼 발작이 온다고 해서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니까 과거에는 꾹 참고 지냈지만, 어지럼증이 병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보통 한쪽 귀에만 발생하지만, 양쪽 귀에 생기는 환자들도 간혹 있습니다. 한쪽 귀에 병이 생기고 7~10년쯤 지나 반대쪽 귀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40대 환자가 가장 많은 편이나, 10대 환자들도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발생할수록 유전성 경향이 강하고, 병이 양쪽 귀에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 메니에르병의 증상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 극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갑자기 나타나서 ‘어지럼 발작’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급성기에는 회전성 어지럼증과 함께 귓속이 먹먹하거나 물이 들어간 것과 같은 압박감, 이명, 청력감소,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됩니다. 발작이 시작되면 최소 20분 이상, 보통 2~3시간 정도 지속되고, 멀쩡히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발작이 일어나서 환자는 큰 고통을 겪습니다. 환자마다 발작 주기와 강도가 천차만별이어서 몇 년에 한 번 어지럼증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어지럼 발작이 너무 잦고 증상 또한 심해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환자도 있습니다. 발작이 심하거나 평형기능이 많이 떨어진 환자는 평소에도 어질어질한 느낌, 걷거나 움직일 때 양쪽 균형이 잘 안 맞는 듯한 느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메니에르병의 원인
내림프액이 증가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자가면역질환이나 유전, 염증 반응, 알레르기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메니에르병의 진단
메니에르병은 세 가지 특징적인 증상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최소 2번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한 번 어지럼 발작이 생기면 적어도 20분 이상 지속됩니다. 두 번째는 청력이 감소하고 이명이 생기거나 먹먹한 느낌이 드는 등 귀 증상이 반드시 동반됩니다. 세 번째는 어지럼증과 청력감소가 함께 나타나서, 어지럼 발작이 일어나면 청력이 뚝 떨어졌다가 발작이 끝나면 청력이 어느 정도 회복됩니다. 하지만 어지럼 발작 때마다 청력감소와 회복이 반복되면서 청력 저하가 점차 진행됩니다. 발작이 일어나면 주로 저음에서 중음의 청각이 떨어지다가 병이 만성화되면서 점차 고음의 청각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 메니에르병의 검사
진단 자체는 병력 청취와 청력검사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병을 오래 앓을수록 청력과 평형기능이 많이 떨어지므로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평형기능검사, 혈액검사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합니다.
- 메니에르병의 치료
메니에르병의 치료는 어지럼 발작을 줄여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가장 기본은 약물치료인데, 어지럼 발작이 일어나는 급성기에는 어지럼증과 구토, 구역 등의 증상을 가라앉히기 위해 전정기능 억제제, 항구토제 등을 사용합니다. 구토가 너무 심해서 약을 삼킬 수조차 없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방법도 있습니다. 만성기에는 어지럼증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베타히스틴과 이뇨제 등을 사용합니다.
한편 메니에르병 환자는 음식을 짜게 먹으면 내림프액이 많아져서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염식과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하고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술이나 담배, 카페인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몸이 피곤할수록 어지럼 발작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전체 환자의 약 80%는 이러한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으로 병이 잘 조절되어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에도 불구하고 어지럼 발작이 심하게 반복되는 경우에는 고막을 통해 주사기로 귀 안쪽에 스테로이드를 넣어주는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내림프액을 줄여 귓속 압력을 낮춰주는 내림프낭 감압술이나 고막 안쪽에 젠타마이신이라는 약물을 넣어주는 화학적 미로절제술이라는 치료법도 있습니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라 하더라도 스테로이드 주입술이나 화학적 미로절제술 등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치료를 해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지럼증이 심하다면 전정신경 절제술 또는 미로절제술까지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전정신경 절제술이 신경을 잘라서 평형기관이 감지하는 어지럼증을 뇌로 전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이라면, 미로절제술은 평형기관 자체를 없애는 수술입니다.
- 메니에르병의 예후
메니에르병은 발병 초기일수록 발작 강도가 심하고,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15~20년이 지나면 발작이 상당히 약해집니다. 극심한 발작이 반복되면서 평형기관이 조금씩 망가져서 나중에는 발작이 오더라도 이를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메니에르병은 아무리 치료 경과가 좋더라도 심한 스트레스나 과로, 불면증 등으로 컨디션이 떨어지면 어지럼 발작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완치라는 개념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급성 어지럼증이 잘 조절돼서 환자가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더라도 청력감소는 계속 진행되며, 드물지만 양쪽으로 메니에르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과 상관없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이비인후과에서 반드시 청력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성헌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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