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수암
Appendiceal 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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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수암이란?
소장과 대장이 이어지는 부위인 맹장에는 손가락만 한 크기의 충수(appendix)가 있는데, 이 충수에 발생한 암을 충수암이라고 합니다. 소화기관에 생기는 암 중에서는 굉장히 드문 편이며, 암의 진행이 느리고 전이되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 편입니다.
충수암은 크게 상피 기원 종양과 비상피 기원 종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피 기원 종양에는 비점액성 샘암종(adenocarcinoma), 점액성 신생물(mucinous neoplasm) 그리고 반지세포암종(signet ring cell carcinoma) 등이 포함되며, 비상피 기원 종양으로는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 림프종, 육종 등이 있습니다. 신경내분비종양이 전체 충수암의 65% 정도를 차지하며, 점액성 신생물의 경우 다양한 성상으로 나타나는데 샘종, 샘암종, 그리고 복강 안에 퍼지면 복막가성점액종(Pseudomyxoma Peritonei) 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 충수암의 증상
충수암은 충수에 염증이 생기거나 크기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증상으로 영상 검사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수암의 약 30%는 급성충수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입니다. 처음에는 배꼽 주위나 위쪽 명치 부분이 아프고 시간이 지나면 오른쪽 아랫배로 증상이 옮겨갑니다. 종양 때문에 장이 막히면서 장운동이 잘되지 않고, 탈장, 장막힘이 생기기도 합니다.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배가 나오고 소화불량, 식욕 저하, 구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증상이 생겼을 때는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충수암이 더욱 진행해 천공이나 복막염이 생기면 복부 전반에 걸쳐 압통과 반발압통이 나타납니다.
- 충수암의 원인
충수암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샘종에서 암종으로 진행하는 샘종암종연쇄(adenoma-carcinoma sequence)를 따라 생기는 것으로 보이며, 충수의 만성 염증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흡연, 악성 빈혈, 위축성 위염, 졸링거-엘리슨 증후군과 같은 소화기계 질환도 충수암의 위험요인으로 여겨집니다.
- 충수암의 진단
충수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복강 내 수술이나 급성충수염으로 충수절제술을 하면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50% 이상의 충수암은 충수염 때문에 충수절제술을 받고 난 뒤 조직검사를 하던 중에 발견되며, 실제 충수절제술의 약 0.5~1%에서 발견됩니다. 특히 40세 이상의 충수염, 면역저하 상태, 충수 주변의 농양 등 합병증이 동반된 충수염일 경우에는 충수암이 동반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충수암이 의심되면 혈액 검사로 대장암의 종양표지자인 암배아항원(carcinoembryonic antigen, CEA) 수치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CT, MRI, PET, 초음파 등 영상 검사를 활용해 해당 부위를 관찰합니다. 진단적 복강경술로 직접 충수 부위를 확인하기도 하며, 조직을 떼어서 조직검사를 시행해 확진하게 됩니다.
- 충수암의 치료
충수암은 종양의 조직학적 종류에 따라 치료나 경과가 상이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술적으로 제거해 치료합니다. 종양이 충수 안에 국한된 경우에는 충수와 우측 대장 및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충수암의 종류가 신경내분비종양이면서 2cm보다 작은 경우 충수절제술을 시행하고, 신경내분비종양이 2cm보다 크거나 다른 종류의 종양인 경우 우측결장반절제술을 시행합니다.
다른 부위로 전이가 있거나 복막가성점액종처럼 암세포가 복강 안에 퍼져있는 경우에는 세포감퇴수술(cytoreductive surgery)을 시행해 복강에서 제거할 수 있는 모든 암을 제거합니다. 이후 필요한 경우에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Hyperthermic Intraperitoneal Chemotherapy, HIPEC)을 병행합니다.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가 온도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이용해 복강 내로 체온보다 온도가 높은 항암제를 직접 투여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방사선치료는 충수암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법은 아닙니다. 암이 다른 부위로 퍼졌을 경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소적인 부위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한윤대 교수 >